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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리나무 아래에서
싸리나무 아래에서 -일우의 양자적 시 읽기
저자 박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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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이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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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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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7,000
책소개
시인의 말
낡은 사진 속 쑥스러운 피사체가 되기로 했다.
오래 묵은 서랍의 잡동사니를 꺼내어
몇 개의 주제에 담아 보았다.
더러는 카오스에서 양자적 글쓰기를 시연해 보고 싶었다.
텍스트의 문자가 입자라면 관측되는 순간 파장으로 번지는
기이한 현상을 포착하고 싶었다.
1부 안으로(introspectio)는
델포이 내부 기둥에 새긴 내면의 성찰“자신을 알라”처럼
반자도지동(反者道之動)으로 내면의 본질에 대한 실체를 들여다보았다.
2부 응시 (Gaze)에서는 객체화된 주체를 조명하였다.
응시는 주체의 응시 일수도 있지만 객체의 주체에 대한 응시이기도 하다.
그것이 때론 불안으로, 내면화된 상징의 침투로 자리 잡은 무의식이기도 하다.
3부 카오스 (chaos)에서는 흔들리는 거울을 드러낸다.
시뮬라크르(simulacre)가 보여주는 실체의 진실에 대한 각성이다.
그것은 기나긴 카오스이면서 해체이며 자아정체성의 혼란을
극복한 경계에 자신을 위치 지우는 일이다.
거울은 흔들릴 때 비로소 진실을 드러낸다.고정된 이미지는 하나의 그림자일 뿐이다,흔들림 속에서 우리는 겹쳐진 얼굴과 세계를 본다.
그런 의미에서 카오스는 열려 있는 공간이다.여기 담긴 시들은 확정된 의미를 강요하지 않는다.마치 양자의 세계에서 입자가 동시에 여러 상태로 실재하듯,한 편의 시는 수많은 가능성 위에 중첩되어 있다.
독자가 페이지를 펼칠 때마다, 그 흔들림 속에서 의미는 달리 나타난다.어제의 독자가 발견한 풍경과 오늘의 독자가 마주하는 울림은 일치하지 않는다.불확정성의 언어가 독자의 양자적 해석 속에서 살아 움직인다.
그것은 언어들의 얽힘의 장이다.‘바람’은‘구름’과 연결되고,‘햇빛’은‘나무’와 다시 울린다.멀리 떨어진 언어들이 서로를 비추며 독자의 삶과 기억과도 얽혀 들어간다.시와 독자, 텍스트와 세계가 비국소성의 원리로 서로에게 흔적을 남기며 공명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예측할 수 없는 순간의 도약을 낳는다.이미지와 이미지 사이의 침묵과 여백에서 일어나는 갑작스러운 깨달음.그것은 창발의 양자적 도약으로 피어나는 언어의 얽힘 들이다.
따라서 시어들의 행간을 들여다보는 것은완성된 의미를 획득하는 일이 아니라,흔들림 속에서 자신의 거울을 만나는 일이다.그 거울은 언제나 다른 빛으로 흔들리고,독자는 그 흔들림 속에서자신만의 우주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4부. 바깥에서 (De hors)
내부가 창조한 바깥은 타자의 얼굴을 버리고 새롭게 세상을 들여다본다. 그 위로 형상도 이름도 존재하지 않는 불립문자(不立文字)를 지향하게 한다.
바깥은 안으로 나와 응시 속에서 카오스를 유발하고 무한히 사라진다.
날숨보다 들숨이 깊은 날에는
더 완전한 밤을 위하여, 그런 건 존재하지 않지만,
종종걸음으로 외출을 서둘러야겠다.
작가소개
박일우
박일우 약력
nflik@naver.com
2019년 시와 정신으로 등단
한남대학교문예창작 문학박사
목차
seasonⅠ
Ⅰ. introspectio
풀꽃 시계
사월과 오월에 붙이는- brioso
기계의 눈물
그림자의 봄날
정오의 여행
춤추는 마네킹
자각몽
예선생
이삿날
흰 두루마기
삼층천
봄날의 수체화
회전목마
즐거운 우리집
민들레
Ⅱ. Gaze
솟대의 꿈
산다는 건
찻잔 속
완전한 방목
기도
뒷산
나그네
카리브해의 풍차
빈방
모네의 교회
사월 걸이
풍금
기러기의 신국
제1 법칙에게
석대도
Ⅲ. chaos
붉은 달이 뜨는 밤
천개의 거울
오래된 신세계
친구에게
육체의 마을
지나간 올봄에는
낡은 신학도
성 베드로 수도원의 밤
산새
향연의 주문
키오스크 환승
오월의 새벽에게
씻김굿
수취인 없는 하루
원더풀 월드
Ⅳ. De hors
다마스쿠스의 돈오
별의 아들
금강 겨울
내일의 원시인
잠들기 전
꽃병과 시계와 책
시편 제1편의 계단
가루 서 말
날은 저물고
텃밭
마리아
싸리나무 아래
땅에 쓴 글씨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무서운 사랑
Ⅴ. 해설- 김홍진(평론)
출판사 서평
박일우 시집 『싸리나무 아래에서』 표사(表辭)
조해옥(문학평론가)
박일우 시인은 ‘안으로(introspectio)’, ‘응시(Gaze)’, ‘카오스(chaos)’, ‘바깥에서(De hors)’로 새 시집을 구성하였는데, 이는 시인의 시선이 향하는 방향을 지시한다. 시선의 이동은 시인 자신의 내면을 향해 있기도 하고, 자신을 객체화시키기도 하고, 카오스 속에서 진실 혹은 자아정체성을 포착해 내기도 한다.
시인은 본질적으로 우리 자신을 소멸하는 존재(「정오의 여행」), 사물화된 존재(「춤추는 마네킹」, 「키오스크 환승」), 무의미한 일상의 반복에 갇힌 존재(「회전목마」)로 인식하고 있다. 우리는 「별의 아들(Bar Kochba)」에서처럼 제멋대로 내려지는 세상의 평가, 정반대로 엇갈리는 세속의 평가 속에서 휘몰아치다가 사라지는 존재에 불과한 존재들이며, “꽃병과 시계와 책”(「꽃병과 시계와 책」)에서처럼 파편화되고 불연속적인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시인은 우리로 하여금 ‘혼돈 속에서 흔들리는 존재’임을 자각하도록 이끈다.
깨달음을 얻고자 “싸리나무 아래서” 눈을 감고 있던 시인은 마침내 세상과 자신을 향해 있던 시선을 거두고 우주를 향하여 비상한다. “대지는 암흑의 깃발/바람은 궁창 아래 하얀 숨 펄럭여/사방에 흩어지고 모이는/빛의 조각들이 태어나고/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시인은 이것과 저것의 경계를 넘어서, 빛과 어둠의 구별을 넘고, 세상의 상처들을 넘어 자유롭게 날아오른다.
리뷰